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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탑농성’ 재능교육, 이번엔 “일감 몰아주기” 논란

‘종탑농성’ 재능교육, 이번엔 “일감 몰아주기” 논란

재능교육 노동자들의 의혹 제기, 사측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노조의 문제제기”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재벌 계열사 간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교육기업으로 유명한 (주)재능교육이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국학습지노조 재능교육지부와 연대단체들 구성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22일 오후 12시 대검찰청 앞에서 ‘일감몰아주기·공정거래법 위반 (주)재능교육 처벌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대책위는 재능교육이 “명백한 위법행위임과 동시에 편법으로 부를 대물림하여 상속세와 증여세를 포탈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이를 통해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다른 업체들의 경쟁을 저해하여 시장 질서를 상당히 교란시키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를 넘어서는 위법행위에 대하여 관련 법률에 따라 철저한 조사를 진행한 후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할 것”이라며 재능교육에 대한 처벌을 촉구했다.
 
재능교육지부 유명자 지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쌍용자동차가 회계조작을 통해 정리해고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처럼 정리해고 등의 노동문제가 잘못된 경영관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생각에 노동조합이 나서서 재능교육 사측의 위법 행위를 알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 22일 12시 대검찰청 앞에서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 투쟁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능교육이 어떤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일까. 재능교육은 지난 1977년 ‘한국프로그램재능교육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되었다가 87년 현재의 상호 명으로 이름을 바꾼 대표적인 교육기업이다. 계열사로는 재능인쇄, 재능e아카데미, 스스로미디어 등이 있다. 
 
재능교육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시달리는 이유는 재능교육을 비롯한 계열사의 지분 전체를 재능교육 박성훈 회장의 일가족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능교육은 2011년 기준으로 박성훈 회장이 전체 주식의 91%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를 회장의 부모와 부인이 소유하고 있다. 재능인쇄는 박성훈 회장이 30%, 아들 박종우가 40%, 부인 안순모가 20%, 딸 박주연과 박정은이 각각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스스로미디어는 박종우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재능e아카데미는 스스로미디어 가 60%, 박종우가 30%, 박주연과 박정은이 각각 5%에 해당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위 계열사들의 매출 대부분은 재능교육 또는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에 의한 것이다. 재능인쇄는 2011년 총 매출액 292억 원 중 90%에 달하는 262억 원을 재능교육, 재능e아카데미, 스스로미디어, 재능유통 등 관계사들을 통해 취득했다. (2012년 3월 공시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분석결과) 스스로미디어 역시 2011년 매출총액 17억 원 전부를 재능인쇄와 재능교육을 통해 취득했다. 재능e아카데미도 마찬가지다. 2011년 매출액 100억 8000만원 중 재능교육 계열사와의 거래액이 100억 2000만원이다. 
 
이처럼 재능교육 계열사가 박성훈 회장 일가족의 소유인 데다 계열사 매출의 대부분이 내부거래에 의한 것이다 보니 회장이 일가족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부당하게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대하여 가지급금·대여금·인력·부동산·유기증권·상품·용역·무체재산권 등을 제공하거나 현저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여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를 불공정거래이자 부당한 지원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특수 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게 ‘현저한 규모’ 혹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였을 경우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한다. 이러한 일감 몰아주기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일감을 몰아줘 특수 관계에 해당하는 회사를 키워주고, 그 회사의 주식을 지배주주 및 계열사가 소유하는 방식으로 부를 대물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위는 재능인쇄, 스스로미디어, 재능e아카데미 등은 모두 재능교육의 계열사이자 박성훈 회장 가족 소유의 회사로, ‘특수 관계인’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재능인쇄는 2011년 70억, 2010년 40억, 2009년 60억, 2008년 60억, 2007년 60억 등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그리고 이 배당금은 재능인쇄의 대주주인 박성훈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다. 대책위는 이에 비추어 스스로미디어, 재능e아카데미 등 다른 계열사들의 배당금도 회장 일가에게 돌아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재능교육의 상속증여세법 위반여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민변은 재능교육지부에 보낸 법률위반 검토서에서 재능교육이 상속증여세법의 증세 대상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2011년 신설된 상속증여세법 제45조3은 ‘수혜법인과 특수 관계법인 간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고, 내부지분율이 30% 이상이며. 수혜법인의 지배주주 지분율이 3%를 초과할 경우 수혜법인의 세후 영업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되어 있다.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편법상속에 대해 과세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다.
 
재능교육 계열사들은 총매출액의 대부분을 계열사들 간의 거래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정상거래비율인 30%를 크게 초과하는 것이다. 지배주주의 지분율 역시 3%를 훨씬 초과한다. 민변은 재능인쇄만 해도 약 5억 7천억 원의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능교육 홍보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회장님 일가가 주식을 소유한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가 허용한 범위 이내라고 알고 있다”며 “그 범위 이외에 부당한 부분이 있는지는 저희들이 일일이 해명하거나 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이 위법 행위인지 공식적으로 제기되기보다 궁금증과 의혹이 제기되는 수준이라 공식적인 대응을 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회사의 재무나 경영은 굉장히 디테일하게 알아야 말할 수 있는 부분인데 노조의 제보사항 만으로 디테일한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다”며 “언론이 껍데기가 아니라 자세한 사항을 알아보고 보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가 노사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반대급부로 이런 문제를 제기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