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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불통’은 누구 탓? 엇갈리는 보수·진보

박근혜 ‘불통’은 누구 탓? 엇갈리는 보수·진보

박근혜 정부 1년, ‘소통’ 토론회 열려…“‘국정원 사건’ 등 불통 드러내” vs “야당 불복 탓도 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열린 박근혜 정부의 소통을 평가하는 토론회에 여야 의원과 보수-진보 논객이 참여했으나 서로의 시각차만 드러낸 채 끝났다.

24일 오후 4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의 주최로 ‘박근혜 정부 소통방법의 고찰과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박근혜 정부 1년간 언론의 보도행태 진단’ 토론회에 이어 열린 ‘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 특집 토론이었다. 발제자로 김홍국 TBS 보도국장, 토론자로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 손석춘 건국대 교수,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박근혜 정부의 ‘소통’에 대해 평가하는 자리였으나 이 날 토론회는 보수-진보, 여야 간 소통이 어렵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자리였다. 손석춘 건국대 교수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박근혜 대통령 ‘불통’의 사례로 제시하면서 토론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손석춘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TV토론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댓글을 달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정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통령이 이런 발언을 했다면 사과해야 한다. 이건 보수냐 진보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문제”라며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겠다고 하고 부실한 수사 자료에 근거해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내리자 이제 모든 게 다 해결됐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또한 “대통령 스스로가 나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1년 간 해온 것은 소통이 아니다”며 “앞으로 4년 간 얼마나 많은 시간을 소모하려고 이러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이에 “소통에 대한 문제제기가 정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은 “토론이 벌어진 그 당시의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언급은 박근혜 당시 후보가 한 말이 정확하지 않냐. 기소도 되지 않은 여직원에 대해 대통령이 무슨 사과를 하란 말이냐”고 말했다. 김 위원은 “부실한 수사자료로 사법부가 무죄 판결을 내렸다는 주장도 삼권분립의 원칙을 뒤집어버리는 인식”이라며 “세계10대 경제권에 동계올림픽 상위권 등 뛰어난 위상을 가진 국가의 사법부를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판한다. 반박을 하려면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은 “왜 불통 대통령이 60%의 지지를 받겠나”며 “야당과 시민단체가 국정원 사건 등에 침묵하는 다수 국민의 합리적 판단을 읽어내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손석춘 교수는 “박 대통령이 여직원 관련 발언을 한 시점은 경찰 중간수사 발표가 있기 이전”이라며 판단을 잘못했다는 것에 대해 인정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손 교수는 또한 “채동욱 검찰총장도 물러났고 윤석렬 팀장도 국정원 수사 도중 물러났는데 검찰 수사가 제대로 됐다고 말할 수 있나”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서는 “유신체제 때 박정희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올려 보라”며 “공영방송이 사실을 사실대로만 보도해도 그 지지율이 나올까. 지지율이 여전히 50%가 넘는다는 건 오히려 성찰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진 논설위원은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첩인사와 낙하산 인사 등 박근혜 정부의 가장 아픈 부분에 대해 묻지 않았다”며 “아픈 곳은 묻지 않고 대통령더러 소통을 안 한다고 한다. 주어진 소통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고 소통 안 한다고 한다”고 기자들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어 “야당도 마찬가지다. 특검은 여야가 논의해서 처리할 일이므로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는데 대통령의 개입을 요구한다”며 “야당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은 당선됐으나 이 대통령으로는 못하겠다며 ‘특별 대통령’을 요구하는 것이 낫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은 “소통은 각자의 의견을 테이블에 올려놓는 자유이며, 올려놓은 주사위 중에 대통령이 법과 원칙, 국정운영 철학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소통과 불통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혜훈 최고위원 역시 소통 논란에 대해 박 대통령이 억울해할 만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박 대통령은 구두로 보고를 받거나 면 대 면으로 사람을 만나기보다 문서로 보고를 받고 일하는 스타일”이라며 “청와대 민원글도 다 보고 있고, 필요한 조치도 취한다. 인터넷 가서 댓글도 본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불통이냐는 생각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불통’ 논란에 야당의 책임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을 소통의 문제로 보는 시각이 있다. 국정원 사건도 마찬가지인데, 이는 소통과 다른 문제”라며 “지난 한 해 소통이 어려웠던 데에는 ‘불복’의 문제가 있다. 대선 시비를 가지고 대화하지 않으려는 상대와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경민 민주당 의원은 “소통이라 함은 기계와의 소통이 아니다”며 “문서를 보고 댓글을 보는 건 소통이 아니다. 자료는 다운로드 받을 수 있지만 소통의 자질과 DNA는 다운로드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 사건도 이러한 문제에 기초한다고 본다. 그 문제를 풀지 않으면 남은 4년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의원은 신년 기자회견에 대해서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기자들이 묻고자 했던 것에 대해 도저히 물을 수 없었던 상황과 여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묻고 싶은 것을 물었을 때 ‘너는 아웃이야’라는 협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의원은 “불통은 박 정부의 기획이자 본질이고, 이해능력의 결여”라며 “노력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인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