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할 수 없는 핵의 위험, 탈핵은 미래다
[서평]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 최열, 김익중 등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
핵 발전이 인류의 대안이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는 핵 발전이 자연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깨끗한 데다 매우 효율적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3년 전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참사는 핵 발전에 대한 신화를 산산이 깨뜨렸다. 대지진 앞에 후쿠시마의 핵발전소들이 무너져
내렸고, ‘지진 강국’이라던 일본도 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후쿠시마 사태가 깨뜨린 것은 인간이 핵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다. 인류는 자신들을 위협한 무시무시한 핵무기와 자신들에게
효용을 주는 핵 발전을 철저히 구별 짓기 했다. 핵무기를 두 번이나 맞은 나라 일본이 핵 발전에 앞장설 수 있었던 이유다.
1960년대 등장한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은 ‘좋은 핵’에 대한 환상을 대변한다. 아톰은 몸속에 있는 초소형
원자로를 통해 움직이며, 인간을 돕는 영웅 로봇이다.
후쿠시마 사태는 우리가 아톰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 하지만 인류는 아직 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 1년 후 2012년 3월 일본의 바로 옆 나라 한국에서 ‘핵 안보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후쿠시마 핵
사고는 회의의 의제가 아니었다. 각 국 정상들은 테러리스트들로 인해 처한 핵무기 위협을 논의하기에 바빴다. 여전히 ‘위험한
핵무기’만이 문제라는 사고에 갇혀 있는 것이다. 평화박물관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탈핵’ 강좌를 준비했다.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는 그 강좌를 모아 내놓은 결과물이다.
<탈핵 이야기>는 환경운동가, 의사, 역사학자 등의 다양한 시선으로 핵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며 핵에서 벗어나는
것(탈핵)이 곧 인류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는 “핵폐기물 저장소를 만드는데 100년이
넘게 걸리며, 핵폐기물은 10만 년 이상 안전하게 격리해야 한다”며 “저장소에 위험한 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후대에 어떻게 알릴지
고민”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핵을 통제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다.
“인간의 수명은 길어야 100년 밖에 안 됩니다. 핵발전소의 수명은 40년 안팎이에요. 핵폐기물은 10만 년을 계속 갑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볼 때 3000세대의 후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애기예요. 약 40년 동안 전기를 공급받기 위해서 그 위험한
물질을 수천 세대에 걸쳐 남겨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건 단순히 과학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입니다”
이는 이 책의 제목이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인 이유이다. 핵 발전은 기득권 세대들이 밀실에서 결정할 일이 아니다. 그들의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것은 지금의 10대, 나아가 미래 세대이기 때문이다. 탈핵은 핵 발전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인 동시에 우리의
미래가 누군가의 일방적인 판단에 의해 결정되는 것을 거부하는 ‘민주주의’의 문제다.
탈핵은 미래세대를 위한 싸움이지만, 탈핵의 필요성은 이미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저자들은 한국이 이미 핵 발전의 위험지대라고
강조한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한국의 핵발전소는 총 23개로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다음으로 세계 5위를 차지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핵 사고는 미국에서, 두 번째 핵 사고는 소련시절 우크라이나에서, 그 다음은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했다. 김
교수는 핵 밀집도(땅 넓이 당 핵발전소 개수)로 따지면 한국이 세계 1위라며, 한국에서 핵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아니, 이미 사고는 발생해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증기 발생기 결함, 방사선 누출, 핵 연료봉 손상 등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653건의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원전 부품 비리 의혹이 터지고, 고리 원전이 멈추었던 것을 떠올려보자. 이쯤 되면
한국에서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다.
핵 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들은 핵 발전을 포기하면 우리가 많은 것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들의 말대로 우리는 에너지 의존적인 삶에서 벗어나야 하며 지금의 편한 삶을 포기해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진짜 벗어나야 할 것은 과도한 공포감이 아닐까. 일본에서 52개 원전이 멈췄지만 블랙아웃은 발생하지 않았다. 이원영
수원대 교수는 탈핵을 실천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한다. 미래는 이미 우리 주변에 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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