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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기자도 아닌데… ‘북한제 지뢰’ 단독보도했다고 징계?

출입기자도 아닌데… ‘북한제 지뢰’ 단독보도했다고 징계?

국방부, 엠바고 파기 이유로 오마이뉴스 취재제한 검토… “엠바고인 걸 알았으면 기사 내려야”

DMZ수색작전 중 한국군에 피해를 입힌 지뢰가 북한제라는 주장을 처음 보도한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가 엠바고를 깼다는 이유로 취재제한 등 제재를 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오마이뉴스가 출입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아 엠바고 통보를 받지도 못한 상황이었는데도 제재가 가능한지 여부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9일 단독보도를 통해 “최근 비무장지대(DMZ) 수색작전 중 폭발해 국군에 피해를 입힌 지뢰가 북한제라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는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토대로 한 것이었다.

김 의원은 9일 “지난 4일 경기 파주시 소재 육군 1사단 수색대대에서 DMZ 수색작전 중 폭발된 지뢰는 우리 측 M14 대인지뢰가 아닌 북측의 목함지뢰”라며 “유실이 아닌 매설된 것이며, UN군 사령부가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측 지뢰가 유실돼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크다는 군과 언론의 설명에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지난 4일 지뢰 사고가 발생한 이후 국방부는 북한 소행으로 보고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정밀조사를 마치는 10일 오전까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엠바고(보도유예)를 걸었다. 그런데 엠바고 하루 전인 9일 김 의원이 SNS를 통해 북한의 지뢰도발 가능성을 제기하고 오마이뉴스가 이를 보도한 것.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6일 7일 이틀 간 유엔사 정전위원회와  합동으로 현지 조사를 들어갈 계획이었는데 이를 알면 북한이 방해할 수도 있기에 엠바고를 걸었다”며 “또한 지뢰가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기자들마다 제각각 추정해서 기사를 쓰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 오마이뉴스 갈무리
 

조중동과 종편 등 보수언론은 엠바고를 지키지 않았다며 김 의원을 맹비난했다. 김용남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현안관련 브리핑에서 “이 사건은 보도자제가 요청되어 있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국방위 소속인 김광진 의원은 글을 올리고, 특정 언론은 바로 이를 게재했다”며 “국가관과 공직자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에 의심스러운 행동을 한 김광진 의원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공식적인 당의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엠바고를 미리 통보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회의원에게 엠바고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 역시 11일 SNS에 남긴 글을 통해 “엠바고라는건 사전 설명이 있고, 그것을 유예해달라는 양해가 있어야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방부가 저나 제 의원실에 보고한 적이 있나,  이런 사안이니 엠바고를 지켜달라고 말한 적 있나. 보고한 적도 없으면서 무슨 엠바고인가”라고 반박했다.

오마이뉴스 역시 보도 이후 국방부로부터 엠바고를 지켜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문제는 오마이뉴스가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아 엠바고를 통보받은 적이 없다는 점이다. 해당 기사를 쓴 김동환 오마이뉴스 기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황당하고 무리한 부탁으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엠바고를 걸려면 합의와 논의가 필요한데, (출입기자단에 속해 있지 않아) 그런 과정도 없었다. 또한 엠바고를 통보하려면 그 내용에 대한 설명도 필요한데 설명도 받은 바 없고 엠바고가 걸린 사실조차 몰랐다”며 “엠바고를 지키라는 말이 황당하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김 기자는 국방부가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엠바고 기한이던 10일 오전 브리핑이 잡혀있어서 국방부에 취재를 갔는데 국방부 대변인실 쪽에서 징계를 할 것 같다며 출입하지 못하게 했고 결국 취재를 하지 못했다는 것. 출입기자단 소속도 아닌데 어떻게 ‘징계’를 한다는 걸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징계 등의 조치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고 지금은 일 처리가 바쁘니 끝나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것”이라며 징계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으면서도 “국방부 입장에서 출입기자가 아니더라도 (취재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아덴만 여명 작전’을 사례로 들었다. 2011년 1월 20일 부산일보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1만 1500t급) 인질 구출을 위해 우리 해군이 군사작전에 들어가 총격전을 벌였다가 특수전 요원 3명이 해적들의 총격에 부상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하루 전인 1월 19일 언론사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며 엠바고를 요청했다. 작전상황이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부산일보가 엠바고를 깼고 몇몇 매체가 이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방부는 1월 21일 38개 부처·청 기관장에게 공문을 보내 피랍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실패를 보도한 매체에 대해 △부처 기자실 출입금지 △사전 보도자료 제공 중지 조치를 요청하는 등 초강수를 뒀고, 청와대는 1월 24일 첫 보도를 한 부산일보에 청와대 출입기자 기자실 출입정지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관련 기사 : <'피랍 주얼리호 구출' 해적과 총격전>

김 대변인은 “정부에 (조치를) 요청할 수 있다”며 “엠바고가 걸렸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엠바고라는 걸 알게 되면 내려야한다”며 부산일보 엠바고 파기에 대해 법원이 내린 판례를 사례로 들었다.

지난 2011년 부산일보는 국방부에 출입기자가 없어 엠바고 합의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엠바고 파기를 전제로 한 제재는 위법이라며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부산지법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국가안위나 중대한 공익과 관련한 사안이거나, 그럼에도 국가 안위나 중대한 공익과 관련한 사안이거나, 취재원이 엠바고를 요청한 경위 및 이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 엠바고 요청을 받은 바 없는 기자일지라도 당해 사안에 대해 엠바고 요청이 있음을 알게 된 경우 등에는 그 취지를 존중하여 보도를 유예할 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였다.

김 대변인은 또한 “당시 기자들이 현장에 가 있었는데 북한이 그 보도를 보면 기자들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기사를 올리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의원이 SNS에서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해 밝히면서 엠바고는 이미 파기됐다고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민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아덴만 작전 때 엠바고를 걸 때도 ‘만약에 외신이 쓰면 어떻게 할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당시에 설사 외신이 쓴다고 해도 엠바고를 깨면 모든 매체들이 삽시간에 확산되므로 다시 엠바고를 유지하는 것이 유의미하고 봤다”며 “확산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똑같은 경우라고 본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한기 오마이뉴스 뉴스게릴라본부장은 미디어오늘에 “구체적인 재재 조치가 있다면 이의제기를 하려고 한다. 정확한 내용 파악을 하고 있는데, 오마이뉴스가 국방부 정식 출입기자가 아니어서 애매한 부분들이 있다”며 “현재까지 내부에서 대응관련한 논의가 진행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