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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도 국정화… 외교문제 비화되면 대통령 책임질건가

세계사도 국정화… 외교문제 비화되면 대통령 책임질건가

[기자수첩] 국정교과서에 센카쿠‧남중국해 갈등 담기고…미‧중이 “공식입장이냐” 묻는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문제 삼는 ‘좌편향된’ 교과서, 그리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좌편향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교과서는 대부분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다. 하지만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대상에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물론 중학교 역사교과서 ⓵⓶도 포함돼 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는 ‘한국사’ 교과서가 아니다. 세계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신주백 연세대 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는 지난 19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중학교 역사교과서에는 세계사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놓친다”며 “한국 역사교육에서 세계사 교육이 국정이 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역사교과서에서 러시아와 일본, 일본과 중국 사이의 센카쿠 열도 분쟁 등에 대해 서술하게 될 경우 해당 정부에서 ‘국정교과서니까 정부의 공식입장이냐’라고 물으면 정부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라며 “우리와는 전혀 관계도 없는 일-중 영토 문제에 대해 언급하거나 남중국해, 동중국해 분쟁에 대해 교과서에 언급했을 때 곤란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인정 교과서라면 이런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출판사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국정교과서라면 빼도 박도 못한 채 국가의 공식 입장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고, 결국 교과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영토 분쟁은 ‘명기’ 그 자체로 누구 편을 들었느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센카쿠열도라고 부를지 댜오위야오라고 부를지에 영토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기기 때문이다. 

교과서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은 일본의 교과서들이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독도 영유권 주장을 대폭 강화한 중학교 사회교과서 18종을 검정 통과시켰다. 지난해 1월 아베 정권은 독도와 센카쿠열도를 일본 고유의 영토로 표시하라는 교과서 집필기준을 제시했다. 이런 집필 기준과 이 기준에 따라 쓰인 교과서들은 한일관계, 한중관계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지난 1982년 만들어진 일본의 초중고 역사교과서에 한국의 고대사, 근대사, 현대사 등을 모두 왜곡 기술해 외교문제로 비화된 사건도 있었다. 한국 침략을 ‘진출’로, 외교관 박탈과 내정장악을 ‘접수’로, 독립운동 탄압을 ‘치안유지 도모’ 등이라 표현했다. 국내여론이 악화되면서 정부가 한일경제협력 회담을 취소하는 등 한일 간 갈등이 증폭됐다. 

2013년 친일독재미화에 부실교과서란 논란을 일으켰던 교학사 교과서에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6.25 전쟁 관련 내용에서 “북한이 패배 위기에 처하자 펑더화이를 중공군 사령관으로 하고”라며 한국 정부가 중국과 수교하기 전에 사용하던 ‘중공’이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신철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 서 “교과서에 ‘중공’이라고 실린 사실을 중국학자가 듣고 ‘중국을 공비 취급했다’며 대단히 화를 냈다"면서 ”이 문제는 중국 정부의 항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대한 문제“라고 밝혔다. 교과서 내용이 충분히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금 한국은 강대국들 사이에 끼어 있는 신세다. 중국 열병식에 참여하면 미국으로부터 ‘중국 경사론’이라는 문제제기를 받고, 중국경사론을 해소하려 한미정상회담에 참여했다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중국이 국제규범을 준수하지 않으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과 관계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지만 안보법안 개정에 역사왜곡까지 반복하는 일본과 수교에 나설 수도 없는 처지다.

   
▲ 박근혜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16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치고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질 국정교과서에 외교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담긴다면 이는 정부의 공식입장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을까. 국가가 나서서 ‘하나의 역사관’, ‘하나의 해석’을 강요한 결과 주변국들과의 관계마저 불편해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