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문명의 원류, 그리스도 국정 교과서 한다”
황당 논리 속출 “통일에 대비해야 하지 않냐”… “독점 카르텔 형성, 국가가 개입해야” 주장도
새누리당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논리가 진화하고 있다. ‘북한식 국정교과서’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다른 나라도 국정교과서를 사용한다는 점을 강조하거나 북한도 교과서가 하나니 우리도 하나인 게 좋다는 식의 논리다.
23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교문위) 동북아역사왜곡대책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오갔다. 김정배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이 업무보고를 위해 출석했기 때문이다.
김정배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가 어디냐’는 질문에 북한과 베트남이라고 답했다. 이에 김제식 새누리당 의원은 “국정의 예로 북한을 드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북한에서는 검정이 있을 수가 없다”며 “그리스라는 나라 잘 아시죠”라고 물었다. OECD 34개 국가 중 그리스, 터키, 아이슬란드 3개국만 국정교과서를 사용한다.
김 의원은 “지금은 국제적 미아가 되어 있지만, 그리스가 세계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냐”라고 물었고, 이에 김 위원장은 “세계문명의 원류”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세계문명의 원류인 그 나라가 국정을 한다. (국정을 하는) 터키도 한 때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한 나라 아닌가. 아이슬란드야 작은 섬나라지만”이라며 “다른 자리에서 (국정화) 예를 들 때 (북한이나 베트남이 아니라) 그리스를 언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통일을 대비해 국정교과서를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이 검정이냐 국정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북한은 (교과서가) 하나인데 왜 우리는 열 개씩 있어야 하나”라며 “통일에 대비해야 하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 김정배 위원장은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은 역설했지만 제대로 된 근거는 대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이 “민족문제연구소 등 교과서 집필에 카르텔이 있나”라고 물었다. 집필진이 좌파 학자들로 가득 차 있어 교과서가 편향될 수밖에 없고 검정 대신 국정을 해야한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질문한 것.
하지만 김정배 위원장은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하 의원이 “카르텔의 중심 인물이 누구냐”고 물었으나 김 위원장은 다시 “알 수 없다”는 답을 반복했다. 이에 하 의원이 “그런 주장이 실체가 있는지 유언비어인지 밝혀야하지 않나”라고 물었으나 김 위원장은 “내 소관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에 하 의원은 “자유시장 체제만 국정화를 안 해도 되는데 독점카르텔이 형성돼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거 아니냐. 그런 걸 알고 일을 해야지”라고 지적했다.
김정배 위원장은 교과서가 편향됐다는 근거로 6.25 전쟁의 책임이 남한에도 있는 것처럼 기술하고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으나 정작 현행 교과서에는 그런 기술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부여당은 미래엔 교과서 2011년 보급본에 “남의 장단에 놀아서 동포끼리 서로 살육을 시작한 걸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어두워진다”는 역사학자 김성칠의 글이 인용돼 있다는 점을 문제삼았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표현이 6.25 전쟁이 남한 탓도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것.
▲ 교육부가 외신기자들에게 보낸 자료 일부 발췌. | ||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현행 교과서에 6.25 책임이 남북 모두에 있다고 기술한 것이 있나”라고 물었고 김정배 위원장은 “김성칠 교수의 글이 실려있기에 그런 오해를 받는다”고 답했다. 도 의원은 “그 교과서는 2011년 것이고, 2013년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 중엔 없지 않나”라고 물었고 김 위원장도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문제삼은 김성칠의 글에는 “인민 공화국에서의 끊임없는 남침의 기획과 선전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고 또 이미 실천을 통하여 분명히 되고 말았으니 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라는 대목이 나온다. 도 의원이 “김성칠의 글에서 전쟁 책임이 남에 있다고 하나 북에 있다고 하나”라고 재차 질문했고 김 위원장은 “읽어봤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답했다.
도 의원은 “한 역사학자가 일기를 통해서 개인이 전쟁 속에 어떤 비극적 상황을 겪는지 보여준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지만 김 위원장은 “그런 예시는 교과서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답을 반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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