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새누리당 막대기 꽂아도 당선되는 곳 아니다”
[인터뷰] 전현희 더민주 강남을 후보…“강남을은 강남과 다르다, 사회적 약자와 노인을 위한 복지 필요”
새누리당이 대구와 함께 마지막까지 공천을 미룬 지역이 강남이다. 강남은 보수여당의 텃밭 중의 텃밭이다. 대선주자인 정동영 전 의원이 ‘정치신인’ 김종훈 의원에게 20% 차이로 밀렸을 정도다.
전
현희 전 의원(18대 비례대표)은 그런 텃밭에 두 번째로 도전한 더불어민주당 후보다. 전현희 후보는 지난 2012년 총선 때
강남을에 도전했지만 정동영 전 의원과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에서는 송파 출마를 권유했으나 거부하고 4년 뒤 다시 강남을에서
도전하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14일 강남을 선거사무소에서 전 후보를 만났다.
- 4년 전에 비해, ‘여당 텃밭’ 유권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인가
“예
전에 구청이나 각종 관변단체들이 하는 행사가면 사람들이 낯설어하고 소개도 안 해줬다. 새누리당 당원 행사 분위기 같기 때문인데,
소개 안 해주는 건 기본이고 쫓겨나기도 하고 여기 왜 왔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그런데 계속 6~7개월 넘게 다녔더니 새누리당
당원들도 호의적으로 바뀌었다. 길에서 만나는 주민들도 4년 전에는 명함도 안 받고, 부정적인 반응이 다수였는데 요즘은 그런 게
전혀 없다. 버리는 명함도 거의 없더라”
- 전현희에 대한 반응이 좋아진 이유는 새누리가 못해서인가.
“강남이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여당 텃밭이었는데 그렇게 뽑아놓으니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지 않는 모습에 불만이 많다. 지역 일을 잘 안 챙기고 지역 현안에도 무심하니 이제 야당을 뽑아서 경쟁구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 여당이 무심하다는 지역현안은 뭔가
“제 일 중요한 건 세곡동 이슈다. 지난 총선 때 2만이던 인구가 5만이 됐다. 앞으로 10만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보금자리 주택이 계속 늘어난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도시가 광역개발이 되지 않았다. 다른 데는 도로가 뻥뻥 뚫려있는데 이 지역은 야산의 좁은 통로가 메인도로다. 그러니 교통난이 심각하다. 차가 안 막히면 세곡동에서 수서역까지 5분 거리인데 지금은 40분 걸린다. 다자녀가구를 우선 분양해서 강남에서 어린 아이들이 가장 많은데 초등학교는 4곳, 중학교는 1곳 뿐이다. 세곡동 아이들이 다 북쪽으로 넘어와서 학교에 다니고, 한 시간 가까이 콩나물 시루같은 버스에서 시달린다”
▲ 전현희 후보 선거사무소가 있는 수서역 로즈데일리빌딩에 ‘지하철 더 빠르고 확실하게’라고 적힌 전현희 후보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
- 사람은 점점 늘어나는데 기반 시설은 없다는 뜻인가
“원
래 중학교를 건설하려던 부지가 두 세 군데 있었는데 예산이 안 된다며 용도변경을 했다. 주택만 지어놓고 학교, 보건소, 문화시설이
하나도 없다. 세곡동 주민들은 ‘못 사는 동네 사람이라고 무시한다’는 박탈감이 크다. 세곡동 뿐만 아니라, 대치동과 고가아파트를
잇는 개포동에는 지하철역이 있는데 양재천 이남 서민 밀집지역을 중심으로는 지하철역이 하나도 없다”
- 세곡동 말고 다른 지역 이슈는 뭐가 있나
“강
남을은 서민 밀집지역이다. 강남이 전국에서 기초생활수급자가 8번째로 많은데, 그 대부분이 강남을에 산다. 수서지역에도
영구임대아파트가 많고 일원동에는 어르신들, 장애인들이 많이 산다. 식사 끼니를 못 때워서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료급식을
확대해야 하고, 사회적 약자와 노인을 위한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 개포동을 비롯해 재건축 지역도 문제다. 소유주들은 용적률을
높여서 아파트를 신축하려고 하고, 세입자들은 나가야되는데 여기서 받은 전세금으로 갈 데가 없다. 지역에서 오래 산 사람들이
임대아파트에 우선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었으면 좋겠다. 바깥에서 보기엔 강남에 이런 문제가 있다는 걸 생각 못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강남에 대한 이미지를 강남을에서는 버려야 한다”
- 선거구조정을 통해 강남을에서 대치동이 빠졌다. 보수 표밭이던 대치동이 빠져서 좀 유리해졌다고 보나
“원
래 강남을 구도로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 제 경력이 특이하다보니 교육열이 높은 대치동 엄마들이
좋아하더라. (웃음) 새누리당이랑 맞먹을 정도로 대치동의 지지가 높다. 하지만 우리당 지지율은 7대 3으로 열세인 지역인 건
맞다. 대치동을 뺀 세곡, 수서, 일원, 개포동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대부분 이긴 지역이다. 여전히 야권이
강세긴 하지만 막대기만 꽂으면 되는 곳은 아니다”
- 그런 이력 때문에 당에서 전략공천을 준 건가
“강
남에서 가장 잘 먹힐 우리당 후보, 강남 유권자들이 좋아할 후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자존심 강한 강남 유권자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이력보다는 주민들 눈에 계속 띄니까 좋은 반응이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이 지역 후보들은 선거운동 별로
안 해도 당선 됐으니까. 이렇게 한 명 한 명 손잡고 행사마다 쫓아다니는 정치인을 보지 못해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당에서도
여론조사를 해보고, 가장 중요한 전략지역으로 생각해 나를 전략공천 주지 않았겠나. 여기서 내가 당선된다면 우리당이 수도권에서
승리한 거나 마찬가지라 본다”
- 방금 언급한 이력, 살아온 길만 보면 새누리당에 더 어울린다는 평가도 있다.
“
‘경상도 출신에 강남 살고 경력 좋고, 새누리인데?’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새누리에는 나
같은 사람이 차고 넘친다. 사회 혜택을 받은 사람이 나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일하는 건 정치가 아니다. 혜택을 누렸으면
그만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
▲ 강남을 지역구에서 유세 중인 전현희 더물어민주당 후보. 사진=전현희 후보 측 제공 |
- 새누리당 후보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후보에 따라 전략에도 변화가 있나
“나
의 상대는 후보가 아니라 새누리당이다. 현역 김종훈 의원도 총선 직전 전략공천 받아서 선거운동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당선됐다. 어떤
후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서는 새누리당 전체와 싸우는 거다. 주민과 유권자만 보면서 진심을 알리는 게 유일한 전략이다”
- 야당 입장에서 난공불락인 강남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가 있나
“저
는 18대 때 쉽게 비례대표가 됐다. 당과 국민들이 준 혜택을 받은 거다. 그렇게 쉽게 비례해놓고 또 쉬운 지역, 우리당
강세지역으로 가서 재선한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당연히 가장 험지에 가서 싸우는 게 도리다. 몇몇 당 중진 의원들한테
‘진짜 이상한 사람이다. 배지 달아야지’라는 말도 정말 많이 들었는데, 그렇게 재선해서 배지 달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강남 출마를 결심했는데 정동영 전 의원과 경선해서 졌다”
- 경선에서 지고 난 뒤 당에서 송파 출마를 권유했는데 안 갔다.
“강 남가서 유세하면서 주민들한테 왜 전현희가 돼야 하는지 설명했다. 최고 부자동네, 계급주의의 상징 같은 곳, 그래서 ‘묻지마 여당’을 찍는 지역, 여기가 한 번 바뀌어야 우리 정치가 바뀐다고. 그렇게 내내 이야기했는데 경선 떨어졌으니 다른 지역에 간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당연히 유혹을 느꼈다. 저기가면 배지 달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말에 책임지는 게 더 중요한 일이라고 봤다. 그래서 19대 국회진출을 못 했지만 후회한 적 없다. 그래서 다시 자연스럽게 강남에 재도전할 수 있게 됐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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