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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연대하면 이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야권연대하면 이긴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분석] 야권분열은 상수, 당대당 통합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김종인 경제실패 프레임 먹힐까

20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야권연대’가 다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야권연대를 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완승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민사회단체 ‘다시민주주의포럼’은 2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이 얼마 남지 않은 기간동안 자당의 이익만을 우선하는 정파적 근시안적 태도를 벗어나 더 큰 양보와 희생의 경쟁으로 정의당 및 범민주진영 정당들과 함께 단일화를 이뤄냄으로써 국민을 감동시키는 경쟁에 나설 것을 호소하고 촉구한다”고 밝혔다. 다시민주주의포럼은 야권연대를 거부한 정당과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경고했다.

3월 28일 처음 열린 더민주 중앙선거대책위원장단 회의에서도 야권통합이 이슈였다. 김진표 선대위 부위원장은 “수도권에서 야권이 연대해야만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강조했고, 진영 부위원장도 “야당간의 경쟁은 잠시 미뤄두고 힘을 합쳐 정부 여당의 독주를 막아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지만 통합의 한 축이 될 국민의당은 야권통합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8일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국민의당 후보들은 선택받기 위해서 험난한 길을 온 귀한 분들이다. (새누리당 의석을) 보태주기 위해서, 누구를((더민주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출마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야권통합을 거부하면 새누리당을 도와주는 일이라는 공세를 반박한 것이다.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당과 사전에 협의가 없이 일방적으로 자의적으로 (단일화를) 하거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아주 강력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라며 ‘제명’까지 거론했다. 국민의당의 명분은 ‘제3정당’ ‘대안야당’ 건설이다.

야권연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는 근거가 있다. 전국적으로, 특히 수도권에서 1여다야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전국 253개 선거구 중 1여다야 구도가 형성된 선거구는 총 178곳에 이른다. 이 중 수도권이 105곳에 달한다. 야권이 분열할 경우 새누리당이 개헌선을 넘는 208석을 획득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 제 1여다야 구도로 야권 입장에서 아슬아슬한 지역이 수두룩하다. 안철수 대표가 출마하는 노원병의 경우 안철수 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 MBN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대표는 32%, 이준석 후보는 29.5%, 더민주 황창하 후보는 14.5%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구로갑도 마찬가지다. 한국일보와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민주 이인영 의원이 35%, 새누리당 김승제 후보가 34.7%로 접전 중이다. 국민의당 김철근 후보는 5.1%를 기록하고 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경기 수원갑에 출마한 이찬열 더민주 의원은 34.6%, 박종희 새누리당 후보는 32.5%, 김재귀 국민의당 후보는 7.8%를 기록하고 있다.

야권이 통합했을 때 새누리당을 누를 수 있는 지역도 보인다. 중앙일보와 엠브레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 강동을에서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은 33.1%를 기록한 반면 심재권 더민주 의원은 28.8%, 강연재 국민의당 후보는 8.8%를 기록했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경남창원 성산에 출마한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은 28.7%, 노회찬 정의당 후보는 23.6%, 허성무 더민주 후보는 9.3%를 기록했다.

하지만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새누리당 후보보다 많으니 야권연대하면 이길 수 있다는 주장은 산술적 계산이다. 야권 통합시에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선 거가 2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 나아가 정의당이 적극적으로 후보 단일화에 나선다면 중앙당 차원의 룰 싸움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후보등록하고 돈까지 내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후보들을 당 차원에서 주저앉혀야 한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컷오프 과정에서 겪은 극심한 진통과 내부반발을 다시 반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합칠 거면서 왜 두 달 전에 분열했나’라는 유권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도 어렵다. 새누리당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 점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야당 심판론’의 공세를 높일 것이다.

정 한울 고려대학교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교수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유권자들이 왜 두 달 전에 헤어졌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 셈인가. 나아가 두 당이 갑자기 정신을 차려서 깨끗한 양보를 한다고 어떻게 보장하나”라며 “질 것 같으니 무조건 야권통합 하라는 식의 요구는 현실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국민을 바보로 알던지 야당의 정치력을 과대평가하던지 둘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야권분열이 갑자기 등장한 변수라고 보기도 힘들다. 안철수 의원이 당을 떠나고 당이 갈라진 상황에서부터 예견됐던 상수다. 야권이 야권분열을 상수로 받아들이고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정 한울 교수는 “야권이 명분도 없이 다시 합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할 지리한 룰 싸움을 전통적인 야권 지지층 말고 무당층이나 중도층이 감당할 수 있을까”라며 “접전지역에서 5% 차이로 진다고 하면 방법은 두 가지, 단일화해서 5%를 만회하던지 아니면 지지율을 5%로 끌어올리는 아젠다를 만드는 것이다. 둘 다 쉽지 않겠지만 명분상으로는 후자가 맞다”고 강조했다.

김종인 대표를 비롯한 더민주 지도부도 이러한 야권통합의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국민의당과 정의당을 향해 ‘야권통합’을 제안하면서도 당대당 통합은 어렵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김 대표는 지난 16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당 차원의 수도권 연대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선거가 다가오면 각 지역구별로 우열이 드러날 테니 지역구별로 후보자간 연대해서 한 후보가 사퇴하고 (다른 후보가) 단일후보가 되는 것에는 굳이 반대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당대당 통합은 명분도 없고 기회비용이 너무 크니 지역별로 알아서 하라는 뜻이다. 무리하게 당대당 통합을 추진할 경우 지역 차원의 단일화가 무산될 수도 있다. 당 차원에서 마련할 룰을 따라야 하기에 후보들 간 의견이 일치해도 함부로 단일화 논의를 이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더민주 지도부가 제시하는 야권통합 압박은 당대당 통합을 겨냥한 것이라기보다 야권분열 상황에 대한 지지층의 불만과 선거 이후를 생각한 ‘보험’ 성격의 공세로 볼 수 있다.

더 민주는 이처럼 야권연대를 지역 차원의 책임으로 밀어두면서 계속 ‘경제’ 프레임을 반복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공천 갈등을 수습한 직후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는 경제다. 20대 총선은 ‘경제선거’”라고 강조했다. 더민주 선대위는 또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8년을 ‘잃어버린 경제 8년’으로 규정했다.  

결국 김종인 대표와 더민주 지도부는 야권연대로 표를 늘리기보다 ‘경제 실패’ 프레임을 강조해 중도층과 무당파의 표를 끌어올리는 모험을 선택한 셈이다. 김 대표의 모험이 성공할지, 이제 16일 남았다.

*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 정보

매 일경제신문과 MBN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지난 23~26일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유권자 500여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서울 노원병·중성동을·동작을·서대문을은 ±4.3%포인트, 세종시는 ±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한 국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지난 25일, 26일 수도권 6개 선거구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각 500명을 상대로 이뤄졌다. 이번 여론조사는 유선전화임의걸기(RDD)를 통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

중 앙일보가 엠브레인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는 20일부터 26일까지 만 19세 이상 지역구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유선RDD와 휴대패널 병행 전화면접 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졋으며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4%포인트다. 자세한 조사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