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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17명의 밀양 할매·할배, 밀양을 ‘직접’ 말하다 17명의 밀양 할매·할배, 밀양을 ‘직접’ 말하다 [서평] 밀양을 살다 / 밀양구술프로젝트 지음 / 오월의봄 펴냄예전에 포탈 검색어에 ‘밀양’이라는 단어를 넣으면 ‘밀양 성폭행 사건’과 관련 키워드들이 연관검색어 창을 가득 채웠다. 이제 포털 검색어창에 ‘밀양’을 검색하면 ‘송전탑’이라는 단어가 연관검색어로 나온다. 밀양 할매·할배들이 10년에 걸쳐 송전탑 반대 투쟁을 한 결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밀양 송전탑’ 문제를 알게 됐다. 경상남도 밀양에 76만 5000볼트의 송전탑을 건설할 계획이 처음 수립된 것은 2000년이다. 2003년 송전선이 지나갈 경과지가 확정됐고, 2005년 한국전력공사가 주민 설명회를 처음 열어 송전탑 건설 계획을 알렸다. 2007년 사업 승인을 받은 이래 무려 7년 동안 송전.. 더보기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서평] 올해의 판결 / 한겨레21 ‘올해의 판결 취재팀’ / 북콤마 펴냄최근 사법부가 상식과 인권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되었다는 말이 자주 들린다. ‘정치의 사법화’다.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사법부로 향하기 일쑤다. 정부정책의 정당성은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의해 결정되고, 정리해고나 파업 등 노동문제의 최종 심판자도 사법부다. 이명박 정부 5년,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이러한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대화와 타협이 통하지 않고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사법부의 판단 하나 하나에 일희일비하는 현상이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한겨레21 ‘올해의 판결 취재팀’은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이명박 정부 1년차인 2008년부터 한국사회를 진일보시.. 더보기
‘기업가의 방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업가의 방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서평] 기업가의 방문 / 노영수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은 어느 날 중앙대학교에 나타난 기업, 그리고 그 기업에 맞서 싸운 학생 노영수의 이야기다. 1987년 중앙대를 인수한 김희수 재단은 ‘천원 재단’이라 불릴 정도로 무능력했고 중앙대는 쇠락해가고 있었다. 많은 이들이 중앙대의 활력과 발전을 바라고 있을 때 두산 회장 박용성이 등장했다. 은 스위스 극작가 뒤렌마트의 희곡 의 패러디다. 의 배경은 부유하고 활기 넘쳤지만 어느 새 쇠락해버린 도시 귈렌이다. 이곳에 이 도시 출신의 세계적 부호 차하나시안 부인이 나타난다. 주민들은 그녀가 귈렌의 옛 영광을 되찾아줄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차하나시안 부인은 주민들을 모아놓고 폭탄선언을 한다. 과거에 법정에서 거짓 증언.. 더보기
다시 한 번, 모두 안녕들하십니까 다시 한 번, 모두 안녕들하십니까[서평] 안녕들하십니까 /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 지음 / 오월의봄 펴냄 지난해 겨울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물음이 한국사회를 강타했다. 12월 10일 고려대학교에 하나의 대자보가 붙었다.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천 명이 직위 해제되고, 마을 한복판에 들어선 초고압 송전탑에 주민이 음독자살을 하는 이 “하 수상한 시절에 어찌 모두들 안녕하신지 모르겠다”는 물음이었다. 이 질문에 사람들이 천 장이 넘는 대자보로 응답했다. 대학교, 고등학교, 버스정류장 등 각자가 생활하는 공간과 외국의 거리에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들이 하나의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펴낸 는 지난 겨울 한국사회에 던져진 수많은 질문과 응답을 정리한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안녕들.. 더보기
“남조선은 가나안 땅입네까?” “남조선은 가나안 땅입네까?” [리뷰] 영화 ‘신이 보낸 사람’, 북한 주민들의 유일한 탈출구 ‘기독교’ 언제부턴가 가스통을 들고 ‘빨갱이들’을 때려잡자고 외치는 우익단체들의 집회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리고 그 우익단체들 속에는 ‘탈북자단체’가 있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 보였던 것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북한에서 고생한 사람들이니 김정일이나 김정은 정권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모든 탈북자가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까? 진보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탈북자나 북한 출신 새터민은 없는 걸까? 있다면 그들은 왜 내 눈에, 언론에 보이지 않는 걸까 영화 은 이러한 의문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 북한 주민들과 한국의 보수 세력 간의 연결고리는 ‘기독교’다. 은 종교 활동이 금지.. 더보기
통제할 수 없는 핵의 위험, 탈핵은 미래다 통제할 수 없는 핵의 위험, 탈핵은 미래다 [서평] 10대와 통하는 탈핵 이야기 / 최열, 김익중 등 지음/ 철수와영희 펴냄핵 발전이 인류의 대안이던 시절이 있었다. 인류는 핵 발전이 자연을 오염시키지도 않고 깨끗한 데다 매우 효율적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3년 전 후쿠시마에서 벌어진 참사는 핵 발전에 대한 신화를 산산이 깨뜨렸다. 대지진 앞에 후쿠시마의 핵발전소들이 무너져 내렸고, ‘지진 강국’이라던 일본도 이 엄청난 참사 앞에서 속수무책이었다. 후쿠시마 사태가 깨뜨린 것은 인간이 핵을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이다. 인류는 자신들을 위협한 무시무시한 핵무기와 자신들에게 효용을 주는 핵 발전을 철저히 구별 짓기 했다. 핵무기를 두 번이나 맞은 나라 일본이 핵 발전에 앞장설 수 있었던 이유다. 1960년대 .. 더보기
한반도 분단, 비극을 넘어 희극이 되다 한반도 분단, 비극을 넘어 희극이 되다 [서평] 잃어버린 보온병을 찾아서 / 노순택/ 오마이북 펴냄지금은 모두가 잊어버린 이름 ‘안상수’를 다시 호명하는 책이 있다. 사진작가 노순택은 에서 2010년 연평도 포격 당시 화제가 됐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보온병 발언’을 통해 분단의 비극이 희극이 되어버린 현실을 추적한다. 한반도 분단의 현실은 참혹한 비극이다. 한반도는 60여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고, 그 이후 경계선을 두고 서로 총칼을 겨누고 있다. 각종 간첩침투사건과 국경선 근처에서 벌어진 교전 등을 통해 애꿎은 목숨들이 희생된다. 하지만 이러한 비극은 어떤 지점에서 희극으로 전환된다. 조선일보가 천안함 사건의 배후를 북으로 추정하며 ‘인간 어뢰’를 꺼내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천안함의 비.. 더보기
일베,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내가 서평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이 의 탄생에 일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필자와 출판사를 연결해주었다. 2013년 3월 말 박가분이 한창 재미삼아 혹은 관찰 삼아 일베를 ‘눈팅’하고 있을 때, 술자리에서 그를 만났다. 박가분은 일베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다고 말했고, 나는 괜찮은 출판사를 알고 있다고 대답했다. 나는 2010년부터 박가분과 알고 지냈다. 내가 보기에 박가분에겐 한 가지 탁월한 재능이 있다. 바로 술자리에서의 ‘개드립’을 자신만의 철학과 사상으로 풀어내는 데 능숙하다는 것이다. 그와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며칠이 지나면 그의 블로그에는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주고받았던 개드립들이 하나의 완성된 글로 변모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는 그가 ‘술자리’에서 ‘개드립’처럼 일베 이야기를 .. 더보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와 비전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치와 비전은? [서평] 정치와 비전 3/ 셸던 월린/ 후마니타스 펴냄 “정치가 실종됐다” 오늘날 한국에서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통상적으로 우리는, 합의와 협상 없이 독단적으로 중요한 정책이 결정되거나, ‘공적인’ 원칙이 아닌 이해관계와 같은 사적인 원칙에 의해 정치가 작동할 때, ‘정치가 실종됐다’고 말한다. 의 저자 셸던 월린의 문제의식도 이와 유사하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셸던 월린은 그의 저작 을 통해 ‘정치’와 ‘정치적인 것’이 무엇인지, 그 개념들이 처음 등장한 고대 아테네부터 그 개념이 서구의 역사 속에서 어떻게 지속되고 혁신되었는지 살펴본다. 총 10장으로 구성된 은 60년대 첫 출간되었고, 40년이 지난 후 저자는 7개장을 새롭게 추가해 업그레이드 된 을 선보였.. 더보기
오바마의 ‘시리아 개입’ 뒤에 ‘워싱턴 룰’ 있다 오바마의 ‘시리아 개입’ 뒤에 ‘워싱턴 룰’ 있다 [서평] 워싱턴 룰/ 앤드루 바세비치/ 오월의봄 펴냄 “다른 나라의 국내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미국에서 너무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그런 방식이 장기적으로 미국에게 도움이 될까?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세계의 수백만 사람들은 미국을 더 이상 민주주의의 모델로 보지 않는다. 단지 동맹국들에게 ‘우리와 함께 할 것이냐, 아니면 우리에게 맞설 것이냐’고 다그치면서 오로지 군사력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략)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살펴본 바 그가 강조한 미국 예외주의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오바마는 ‘미국의 정책은 미국을 다른 나라와 구분 짓게 하는 특별한 것이며, 그것이 우리를 예외적.. 더보기